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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지난 기해년 세밑에서 떨쳐버리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익산지역 어디에서도 해돋이를 볼 수 없었다. 반쪽짜리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국회의 성적표다. 국민들이 앙망하던 석패율제가 빠진 탓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던 점에서 2년 반 동안이나 매진해 온 대통령과 민주당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국민들은 1등 이하는 배제했던 낡은 선거제도를 허물고 2등 3등도 당선될 수 있는 새시대를 열어줄 석패율제를 고대했다.

 

근대 이후 우리를 탈인간화로 내몰았던 자본주의 경쟁시스템에 수정을 가해 줄 석패율제의 개혁 역능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부패하는 정치권의 고인물을 새물로 갈고,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되며,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는 경제 양극화를 해체하는 길이 열릴 것을 희망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 서막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어쨌든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 우리의 정치 생태계의 변곡점인 것은 확실하다. 소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표가 가치를 가지게 됐다. 기성 정치에 상심한 사람들이 대안정당을 열렬히 지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신명나는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 개정된 선거법은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다당제로 정치의 패러다임 변환을 촉진할 것이다. 비록 불충분하지만 한편으론 새해 벽두가 가슴 벅찬 이유다. 정치 개혁 완성을 위해 국민들이 할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극심한 산고의 산물인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더 소중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긴장하게 된다. 붕괴된 공동체 복원에 동참하려는 우리들 앞에는 기득권과 기득권이 구축해 온 장벽이 견고하고도 높기만 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변화가 확장돼 새로운 세상의 지표가 되고 지속가능한 질서로 서기까지 우리는 또 수많은 장애에 봉착할 것이다.

 

우리가 정치 개혁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지난해 세밑에 구축한 정치적 교두보가 불완전한 탓이다. 이 반쪽짜리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결과적으로 사분오열된 우리 정치의 지도다. 보수와 진보의 첨예한 대립구도가 재확인 되는 지형이다. 막스 베버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과학과 합리주의를 급속하게 진전시켰고, 이는 결국 인간 사회를 해체했다. 개인의 과학과 합리적 사고에 의해 여러 이유로 연결돼 있던 공동체의 고리가 미신적-주술적 세계관으로 간주되면서 하나씩 떨어져나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본이 주인인 시대에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양립만이 합리적인 관계로 인식됐다.

 

이런 과학·합리 만능주의는 자아와 타자를 분리시켰고, 주인과 노예로 대별되는 사회구조를 심화시켰다. 보수는 200년이 넘는 동안 축적된 자본주의의 토대 위에 있다. 자기를 확신하는 기득권이며, 난공불락의 철옹성이며, 극강의 화력(돈)을 자랑한다. 개혁은 이미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나름의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보수는 여전히 수정에 동의하지 않고 자기수정도 거부하는 이유다. 보수의 사전에 수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보수에게 자본주의는 자기의 정체성이며 목숨값과 같다.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진보를 전장의 시선으로 보는 이유이며,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의 명령을 정통성에 도전하는 것으로 읽고 침공으로 간주하는 배경이다.

 

그들은 목하 자기를 지키기 위해 성전(聖戰)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자유한국당의 해체가 보수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의 도구가 망가졌을 뿐이다. 보수는 다시 정비하고 그들의 성스러운 전쟁에 나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한다. 삶의 의미를 정립하기 위한 200년 동안의 실존적인 고민을 중단하지 못한다. 분배의 정의에 입각한 체제 수정에 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려고 한다. 질문이든 해답이든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한사코 현장에 있고자 한다. 현장을 고찰하려고 한다.

 

재수정 된 자본주의의 이름을 무엇으로 하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한다는 본질이 체제의 장전을 관통하도록 하고자 한다. 그렇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고독의 심연에서 구원받기 위해 통섭하고 연대하려고 한다. 공통의 세계상을 형성하기 위해 나와 타자를 연결하는 회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계속 고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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